독전 believer 믿어라. 그러면 살지어니.

#클레멘타인 영화읽기

by 클레멘타인

스포 많습니다.

어차피 감독 인터뷰 보신 분은 딱히 스포라고 할 것도 없지만.



당신은 무엇을 믿는가


독전 영화 타이틀이 올라갈 때 밑에 작게 Believer 라고 써있다.

나는 독전은 무슨 뜻인지 모르겠고 그저 믿음에 관한 영화겠구나 하면서 봤다.

(독전 뜻은 독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한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아도 존재한다고 믿는다.

영화 독전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믿음을 시험받는다.


류준열(락)이 처음 살아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나는 그가 이선생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그가 이선생이라는 전제하에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아마 많은 관객이 그런 의심을 시작했으리라 생각한다. 이 영화는 어쩌면 반전을 위한 영화가 아니라 도대체 그는 언제 왜 어떻게 존재를 드러내게 되는가에 대한 이야기였다.


감독은 우리의 마음을 미리 알고 있었을까?

관객이 이런 의심으로 볼 거라는 걸 다 눈치채고 있었던 걸까?



"저 못 믿으시죠? 괜찮아요. 전 팀장님 믿어요. 저 필요하시잖아요."


락은 원호에게 자꾸만 이런 말을 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에게 하는 말로 들린다.

너 나 안 믿지? 괜찮아. 난 너 믿어. 그리고 넌 이 영화에서 이선생이 어떤 존재인지 알려면, 내가 필요할 거야.


그렇게 우리는 감독의 의도대로 코가 꿰어 끌려간다.

너가 날 믿지 않으면 믿게 해 줄게! 하는 장면들에 의해 우리의 의심은 자꾸만 흔들린다.

특히 총격전에서 락이 원호의 목숨을 살려주는 순간, 그의 손을 맞잡으며 자 이쯤이면 나 믿지? 하는 믿음을 주는 듯 하다. 우리는 이때 자신의 믿음(락이 이선생이라는) 을 확신하게 된다.



그러나 아직은 아니다.

원호도 나도 그럴 수 없다.

이대로 끝나면 어쩌겠다는 말인가.



정말로 이선생이 이러신 거라고요?



불신.

믿음과 불신은 동전의 앞뒷면 같아서 언제든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힐 수 있다. 지독하게 믿었던 일에 뒤통수를 맞으면 가장 불신하는 존재가 되듯이.


락은 부모가 자신 앞에서 자신을 버린 이후로 아무도 믿지 않는다. 그것은 자신의 뿌리에 대한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서영락이 아니면서 서영락인 삶. 그에게 믿음은 그런 것이다. 공들여 쌓은 모든 것들이 한 순간에 사라질 수 있는 것.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우리에게 믿음을 강요한다.

믿지 않는 자에게는 지옥행 열차만 기다리고 있다.

이선생 또한 자신을 믿지 않은 모든 존재에게 벌을 내린다. 불신지옥.


결국

그를 믿는 충성스러운 개와 농아 남매만 살아남아 그와 함께한다.




그래도 니들은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무언가를 간절히 믿고 따르다 보면 우리는 가끔 스스로에 대해 생각한다. 내가 왜 이 길로 가고 있을까? 도대체 이런다고 무엇이 내게 남는 것일까?


"내가 뭔가를 쫓다가 뭘 쫓는지 왜 쫓는지 모르겠으면 집가서 씻고 푹 자는게 답이다"


인생에 끝에 가봐도 남는 건 없다.

오히려 그걸 알기에 우리는 모른 척하고 살고 있다.

그래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걸어간다.


어쩌면 내가 믿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내가 믿는 것이 가짜일 수도 있다는 것도 안다.


원호가 이미 개의 이름이 진돗개가 아닌 라이카라는 걸 알았을 때도 그는 락을 부정한다.

아마 마음속으로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가 이선생이라는 것을. 알기에 개의 몸속에 위치 추적기도 심었다. 그러나 그는 지금 눈 앞에 그를 인정할 수 없다. 이렇게 오랫동안 자신이 쫓아온 것을 잡고 나면 ?

그렇기에 다 알면서도 락의 존재를 부정하며 다른 결말을 원한다.


그토록 찾아 헤맨 사람을 찾고 난 뒤에 원호는 무엇이 될까?

살면서 행복한 적 있냐는 물음,

행복을 찾고 난 뒤에는 도대체 그 뒤에 무엇이 있냐는 질문으로 들린다.

그래서 우리는 더 불행에 기대어 살아가는 게 아닐까?

행복을 찾기 위해 노력하면서 살아 낼 수 있는 가여운 인간들이니까 말이다.


결국 찾던 걸 찾은 후에 그가 한 일은 모든 것에 순응하고 죽음에 찾아가는 것.

그러니 오히려 찾는 일에 지치지 말아야 한다.

그저 찾고 있다는 그 노력만으로도 우리는 살아갈 희망을 얻으니까.



사족.


*류준열 광팬으로 본 영화였는 데, 솔직히 요즘 영화 뭐 개봉하는지 모르고 있다가 우연히 얻어걸린 영화였다. 다들 연기를 너무 잘해서 만족스러웠고 류준열 특유의 절제미가 돋보였던 영화였다. 가끔 드러내는 숨은 탈 (얼굴 표정이나 눈빛)도 꽤 만족스러웠는 데 여전히 감정 전달에서 아쉬움이 남았던 영화다. 이 영화에 고 김주혁이 나오는 줄 모르고 봤다. 그리고 그가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조차 잊고 있다가 영화 마지막에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그의 유작이라니. 왜 이렇게 잊고 사는 일들이 많은 지 모르겠네. 그러고 보면 왠지 다 그때그때 순간의 감정일 뿐인 것 같고. 마지막 엔딩 씬도 너무 짠하고. 영상미도 좋고 음악도 좋았던 영화. 조금만 더 그러니까 아주 조금만 더 철학적인 대사가 많았으면 더 행복할 뻔했던 영화. 나름 수위 조절을 한 듯한데. 뭐 아무튼 그래도 류준열의 미래를 그려본다. 좀 더 하드 보일드 한 영화에 많이 나오면 좋겠다. 그리고 연기 잘하는 (지금의)조연들을 자꾸 발굴해 주는 게 감독의 임무라고 본다. 주연부터 조연까지 캐스팅 아주 칭찬해.



@클레멘타인 영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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