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클레멘타인 Jul 07. 2018

꿈뽕

#클레멘타인 솔직 에세이

2018. 07.06에서 07.07 사이


사람에게는 저마다 자신만의 바다가 있다.


다만 바다를 항해하는 사람과 그저 품고 있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또 어떤 이는 떠난 이후로 영영 돌아오지 못하기도 한다. 모험이 있다는 건 언제나 위험이 있다는 거니까.


어제 영화 "더 머시"를 보다가 고구마 백 개를 물도 없이 먹은 기분으로 마음이 콱 막혔다.

영화 속의 주인공은 자신의 꿈을 향해 한 번도 도전한 적 없는 망망대해에 큰 배를 띄운다. 가족과 단란하고 소박하게 살던 그가 꿈을 따르는 순간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어버려 결국 갖은 심적, 육체적 고통을 맛보게 된다.


꼭 그래야만 했을까?

그 결정이 정말 최선이었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질문들이 똑똑 문을 두드리고 자꾸만 머릿속에 들어왔다.


하지만 내가 주인공이라도 아마 떠났을 것 같다. 그리고 비슷한 결론이 났을 것 같아.

그래서 선택이란 건 참 무서운 거다.

그곳에 꿈이 있으니까. 희망이 있으니까. 이런 손에 잡히지 않는 어떤 무형의 상태에 자신의 인생을 걸고 현재의 모든 걸 뒤로 하게 된다니. 바부탱이.


사람이 일종의 "꿈뽕" 같은 거에 취하면 때로 현실을 바르게 보는 눈이 사라진다. 그래서 자꾸만 어거지로 선택하거나 가장 최악의 수를 쓰게 된다. 그렇게 빛에 눈이 멀면, 미래라는 미지의 시나리오 앞에서 조금씩 무너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으이그 저저.. 등신... 상등신... 혀를 찼다.

특히 내가 주인공이라도 딱 저런 행동을 했을 거 같아서, 그래서 더 바보 같아 보였다.

매번 오류 투성이 선택을 하는 나 같아서.


하지만 나는 오늘도 내 어깨를 셀프로 토닥이고 있다.

인간이 위대한 건, 그런 과정을 통과하는 동안 성숙한다는 것이고 아무리 멍하고 청한 자신이라도 또다시 믿고 삶을 살아낸다는 점이니까. 그렇게 조금씩 수정에 수정을 더 하면서 우리는 뭍으로 돌아간다. 어디로 가겠다는 목적지가 있어도 꼭 그곳에 도착한다는 보장은 없다. 다만 도착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항해하는 것이다. 마지막 종착지에 갈 때까지 어떤 일이 발생할지 아무도 모르므로 오늘도 도박사가 되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주인공은 8살 생일을 맞은 딸에게 이렇게 말한다.


"넌 많은 것들을 새롭게 배우게 될 거고, 또 얼마나 많은 것들에 대해 네가 전혀 모르고 있었는지도 배우게 될 거야. 그건 네가 아빠 나이가 될 때까지도 똑같다는 걸 알게 될 거야."


꽤나 훌륭한 조언이다.

8살에게 미리 인생 스포한 기분이 들긴 하지만.


오늘도 나의 항해는 방향을 잃고 기우뚱기우뚱 느리지만 어딘가로 가고 있다.

넓은 바다는 흐리고 잔잔하다.


이제야 알게 되었지만

그런 바다라도, 사실은 사랑하고 있다.

그래서 떠나온 걸 후회하지 않는다.



@클레멘타인



매거진의 이전글 자양 강장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