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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레멘타인 Jul 08. 2018

신경쓰여

#클레멘타인 솔직에세이

2018.07.08


알면서도 그대로 방치하는 일들이 있다.

며칠 비가 많이 왔다. 베란다에 있던 식물들은 물을 너무 많이 먹어 죽었다.

나는 알고 있었다.


비가 많이 온다는 사실과 베란다에 식물이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식물들은 뜨거운 볕에 이미 녹초가 되어 있었고 며칠간 장대비에 시달리고 있을 거라는 걸.


하지만 한 번도 문을 열어보지 않았고,

문을 열어도 눈길을 주지 않았으며,

눈길을 줬어도 방치했다.


그냥 그렇게 서서히 죽어가게 두었다.


서서히 죽어가는 것들에 대해 그리고 그렇게 되도록 방치하는 일에 대해 생각해본다.

왜 그럴까.

조금만, 진짜 조금만 더 신경 쓰면 될 일인데.

왜 우리는 그 작은 마음도 주지 않을까.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난 뒤에야 억지로 억지로 방치되어 있던 물건들을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며 정리하게 되는 걸까.


에어컨 리모컨은 고장 난 지 오래고,

베란다는 비가 샌다.

몇 년 동안 열어보지 않은 물건들이 창고에 가득 쌓여 있고, 절대 먹지 않을 것 같은 음식들이 냉동고에 버석버석 얼어있다. 하나부터 열까지 내 손이 가지 않으면 자정 되지 않는 것들이 언제나 가득하다. 다만 신경 쓰지 않으면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


참, 이상하다.

그렇게 방치해버린 사랑이 얼마나 많았을까.

그것들이 내지르는 비명을 왜 모르는 척했던 걸까.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처음엔 그토록 소중했던 모든 것들에게서 눈길을 거두는 일은 꽤나 잔인하다.

그래서 신경 쓴다는 일은 사랑한다는 말인가.


나, 무엇에 신경 쓰고 있지?



@클레멘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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