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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레멘타인 Jul 22. 2018

낯선

2018. 07.22

오랜만에 낯선 사람과 낯선 곳에서 낯선 잠을 자게 되었다. 하지만 낯선 사람은 들어오자마자 다시 나가서 여태 감감 무소식이다.


나는 먼저 씻고 누워 영통으로 엄마 얼굴도 보고 고양이 등허리도 잠깐봤다. 침대에서 일어나 벽에 붙어있는 조명 스위치도 껐다켰다해보고 에어콘 온도도 높였다 낮췄다해본다. 어제 10분쯤 보다만 영화도 다시 재생하고 낮에 쟁여놓은 쌀과자 세봉지와 카스타드 한 봉지도 낄낄대며 까먹었다. 적막한 밤은 변함없다.


벌떡 일어나 양치를 두 번하고 다시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린다. 낯선 사람은 지금쯤 무얼할까,상상해본다. 회의라고 했지만 지금 누군가와 친목을 다지고 있을것같아 괜한 질투가 난다. 복도에 나가 다른 낯선 방들은 어떨까 귀 기울여본다. 방 안에서 재잘재잘 웃음 소리가 새어 나온다. 낯선 이들은 더 이상 낯설지 않나보다.

시무룩해진 나는 아무도 없는 낯선 방으로 홀로 들어와 낯선 이불을 덮고 눕는다.


낯선 방은 낯선 사람이라도 필요하다.
적막한 그림자가 재채기하며 문 앞을 서성인다.
복도를 스치는  작은 발 소리에도 마음이 귀 기울인다.


그래도 아침에 눈 뜨면 다른 날과 다르게 둘이겠지...


그제야 외로운 잠이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이불 속으로 파고든다.


@클레멘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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