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앗!
나 동네 골목 어귀에서 마음속으로 소리 지른다.
내 차!!
나, 차 버리고 왔잖아?
나 아침 일찍 회의 있었다.
늦어서 차 끌고 갔다가 주차할 때 없어서 억지로 억지로 했다. 다행히 주차 라인에 세웠는데, 회의 중에 시청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불법주차 싸이렌 울렸다. 몇 사람 회의하다 차 때문에 튀어 나갔다. 나 궁둥이 안 떼서 의기양양 기분 좋았다.
회의 끝나고 점심 줬다. 엄청 좋았다. 나 밥 사주는 회의 좋아한다. 밥 먹는 거 하루에 세 번, 매일하는 고민인데, 남이 딱 결정까지 해서 사 주면 엄청 편하다. 식당까지 귀찮아서 남 차 얻어 탔다.
나 남이 사주는 떡볶이 맛 생선찜 먹고 기분 좋았다. 나 입맛 아직 킨더가든 스타일+ 식가의 복합체다. 나 때때로 소고기, 돼지고기 잘 구분 못 한다. 나 그냥 먹는다. 배부르면 그냥 좋다.
요즘 쪼금 고민 있다.
나 과식으로 배가 뿔룩뿔룩 많이 나왔는 데 나 운동 부족이라 마음으로만 매일 조깅한다. 마음으로 '내일부터 다이어트, 내일부터 헬스장' 백 번도 넘게 생각한다. 그러나 나 아직 헬스장 근처도 안 갔다.
대신 스벅에 쿠폰 쓰러 갔다. 식당에서 가까워 걸어갔다. 스벅에서 케이크 먹으면 아메리카노 주는 얄딱구리한 쿠폰으로 날 유혹했다. 미쿡마인드 역시. 나 미쿡가고싶다. 나 그래서 배 터질 거 같은 데, 숨도 안 셔지는 데, 쿠폰 때문에, 돈 쓰면서 케이크 사 먹었다. 그래서 꽁으로 아메리카노 한 잔 얻었다.
(나 여기서부터 문제였다.)
스벅에서 귀에 콩나물 끼고 허세 부리면서 멍하게 있으면 기분 좋다.
게다가 오늘은 비생산적인 생산활동도 꽤 해서 약간 들떠있었다.
빨리 집에 가서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야지.
나 또 계획 잔뜩 세웠다. 아무것도 안 지킬 거 알지만, 약간 로또 같은 거다.
그렇게라도 하면 약간 열심히 사는 기분이다.
나 그렇게 들떠있다가 스벅에서 나와서 도키도키 하면서 서점으로 향했다.
그렇다. 나 스벅에서 걸어서 서점으로 갔다.
바람 쌩쌩 불어서 잡생각 없었다. 후- 빨리 서점 가서 책 살 생각하니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 했다. 나 종종걸음으로 낙엽 맞으면서 시내까지 걸어갔다. 30분 정도 택지에서 시내까지 걸어가는데, 이상하게 나 하나도 안 멀었다.
오늘 서점에서 미쳐가지고 책 엄청 샀다.
손 무거워 죽는 줄 알았다.
나 속으로
'아, 차 가지고 올걸.'
하고 생각했다. 나 이때까지 차 안 가지고 나온 사람이었다. 나 버스 타고 시내 나온 줄 알았다. 개미굴에서 밖으로 나오니 벌써 깜깜했다. 이제 7시만 돼도 해 사라진다. 나 빨리 집에 가서 저녁 먹고 싶었다. 서점에 있느라 허기진 줄 몰랐다. 아까 스벅 케이크 너무 느끼했다. 쿠폰 줘도 그 케이크는 안 먹을 거다. 모르는 사람이 내 입맛 모르고 사주면 먹을지도 모른다. 항상 사람은 오픈 마인드.
그렇게 끙끙거리다 집에 와서, 앗! 나, 내 차 생각났다.
골목 어귀에서 내 차랑 비슷한 차 보고 생각났다.
하루 종일 완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옛날에 피방에서 게임하다가 자기 책까방 던지고 학원 가는 애들 보면 나 쯧쯧쯧 혀 찼다.
아니, 까먹을 게 따로 있지. 저렇게 큰, 게다가 등에 매는 가방을? 내일 학교는?
나 책까방 떤지고 사라지는 저글링들 이해 못 했다.
그런데 나 오늘 책가방보다 몇 십배 큰 자동차 잊어버리고 집에 왔다.
갑자기 다람쥐 위대해 보인다.
나 내일 차 가지러 가야 한다.
나 요즘 그렇게 산다.
나 크기 상관없이 뭐든 잘 까먹는다.
나 그냥 그렇게 됐다.
나 요즘 너 생각 안 난다.
나 완전 까맣게 잊고 산다.
너 그때 나 까먹었으니까.
나 지금 너 까먹었으니까.
나 그때 니 마음 이제 이해했다.
너 차 보다 작으니까.
나 요즘 도키도키 하니까.
나 차 버리고 왔으니까.
@클레멘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