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클레멘타인 Jan 27. 2019

리본

나는 행복한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행복을 추구하고 있다

이것은 한 때 불행한 삶을 산다고 믿었던 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다.


그러니까...

그래도 행복하자.


---------------------


나는 새벽 12시 20분에 그에게 카톡을 보냈다.


오늘 어땠어요


....

구사일생이랄까...



나는 그가 무엇 때문에 죽다가 살았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긴장감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누구에게나 첫 강의가 있으니까. 그의 인생 첫 강의였다.  


어땠냐는 내 물음에 그의 대답은 그래도 행복하자 였다.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해서 나는 그래도 행복하자고 말하는 그의 말 중 '그래도'라는 말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라

사는  이리도 지겨운데


예전부터 나는 종종 그에게 술을 먹자고 하거나 커피를 마시자고 하거나 밥을 먹자고 했다. 그에게서는 어딘가 슬픈 늪지대의 냄새가 났고 그게 싫지 않았다. 그건 어떤 형태로든 건너본 사람끼리 느끼는 일종의 표식 같은 거랄까. 그런 그를 불러내어 이 얘기 저 얘기를 듣거나 질문을 하곤 했다. 


그는 스스로를 척박이 (척척박사)라고 이야기했고,  그 사실을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부정하지도 않았다. 그는 내 엉뚱한 질문에도 이것저것 잘 대답해주는 고마운 사람이니까. , 척박이라 할 수도 있겠다.


그는

요즘 내 글을 보면 허무함이 느껴진다고 했다.

나는 실로 마음이 그렇다고 했고, 요즘 내 공식적인 질문 "도대체 어떻게 그런 시간들을 버텨왔어요?"를 했다.


 준비된 대답인듯 그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죽음을 생각한 적이 있었고, 그때 건강이 너무 안 좋아져서 모든 것을 포기하려 했으며, 일단 죽기 전에,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내가 하고 싶은 글이나 잔뜩 써보고 죽자. 라는 마음을 품었다고 한다.


일종의 "에라이 심정"에 다다랐다고.


그렇게 쓰는 동안 죽음은 며칠 유예되고, 그는 모아둔 돈을 다 쓸 때까지 글을 썼고. 꽤 열심히 썼고,  글이 끝날 때쯤엔 돈은 사라졌고 자신은 여전히 숨쉬고 있었으며 딱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에라.


펜을 놓고  통장을 보다보면 허기가 , 자연스레 새로운 일을 하게 되었고, 여차저차 살다 보니 재밌는 일도 생기게 되었고, 그렇게 자연스레 세상은 더 넓어졌다고...


그러니까...

오늘 '그래도 행복하자'는 말을 전할 수도 있는 시간도 갖게 되었다. 한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너 지금 막다른 골목에 선 거야. 지금까지 네가 만들어온 세상은 끝났어. 그래서 확장이 필요한 거야."


.

그렇구나.


그거였다.

나는 유레카를 외쳤다.


그동안 내가 구축해온 내 세계는 끝이 났다. 그러므로 이 곳에서 의미를 찾는 일은 불가능하다. 나는 이 세계를 찢고 다른 세상으로 나가야만 한다. 같은 공간에서  이상 의미를 찾을 수 없다. 왜냐면 내가 추구하는 의미는 아마 이보다 넓은 세상에 있을 테니까. 지금은 도저히 알려고 해도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에 있으니까.


나는 새로운 세상으로 가려한다.

방법을 모르겠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겠지만, 그래야만 한다.


심장은 여전히 뛰고 있다.

어디로 갈지 몰라서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에라이하며. 


인생은  살아볼만 하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싸운다.
알은 새의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트리지 않으면 안 된다.





@클레멘타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