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4
그 겨울 석양은 어쩐지 조금 따뜻했다
노랗게 빛나는 윤슬만 물결을 따라 너와 나를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지평선과 건물사이로 넘어가는 그 날의 볕
붙잡고 싶다는 마음이 참 처연하였다
따뜻한 볕이 쓰다듬고 너와 함께 보던 물길
아마 우리가 함께 머물던 그 자리를 떠나 지금쯤은
아마 지금쯤은
여기 내 곁에 있을지 모르겠다
찬바람 불면 나는
가라앉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늦어버린 시간과 마음
거절당한 시간들과 존재까지
몇번이나 건내었던 마음은
말라비틀어져 볼품조차 없건만
서로 오갔던 용기는
예쁜 그릇에 선한 입맞춤을 담으려는 시도였다
수만일의 시간 중 겨우 너만 생각하던
겨우 나만 생각하던 시간 그곳에 있다
겨우 내 바람에 표류하다
윤슬이 빛나던 물결 아래 가라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