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나이도 아니고 늙어버린 나이도 아니지만 완숙함이 조금씩 차오르는 시점에서, 나는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았다. 분명 이 비루한 삶에서도 몇번의 소박한 영광과 무어라 형언하기 어려운 부침도 있던 것 같았다. 그 부침 중 몇개는 실패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실패가 내게 말했다. 고생스러운 삶, 아니 그런 순간. 그 면면이 널 실패한 사람으로 두고, 불행한 것으로 두게 하지 마. 고생스러운 것이 실패가 아니니까. 실패가 고생으로 이름을 바꾼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