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별이 그렇게 아플 필요는 없었지
#643
마지막 태양을 떠나보내면서, 너에게 닿지도 않을 편지를 쓴다. 나는 요즘 우리가 우리이지 않은 사실에 대해서 종종 생각한다. 그래. 너무 가지고 싶은 것과 마주하기는 미련할 정도로 큰 마음이여서 잘 다루지 못하게 되더라. 너무 밝은건 잘 쳐다볼 수 없듯이.
성숙하지 못했단 이야기다. 지금이랑 별반 다를바 없을테니, 그럼 지금도 여전히 난 미성숙한거지. 그럼에도 몇 번 낸 용기가 그렇게 빈약하고 비겁하고 어설펐던 이유인 듯하다. 그러니 사랑 받기엔 너무 부족한 사람인 티가 났겠거니 한다. 내게 기회가 오는 일은 너무, 너무 늦는게 당연했다.
제대로 용감하지 못했고 제대로 잊혀지지 못했던 것 모두. 이제는 헛웃음 나올만큼이나 유치해졌는지 모르지만, 내가 보낸 마음들 모두 진심이 아닌 것으로 생각하기로 했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내가 닿지도 않을 편지를 쓰는 일은 진심으로 보아줬으면 한다. 날 사랑해주어 고맙고, 종종 기억해주고 있다면 미안할 뿐이다.
나도 가끔 널 꺼내어 보는 일을 하고 있다는 말. 조심히 적어둔다. 니가 있는 곳에 날이 좋을지 나쁠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니가 따뜻함을 느낄정도로는 좋길 바라며. 오늘 커튼틈 사이로 비친 볕에 발을 녹이다 문득 떠오른 문장을 남겨두고 마침표를 찍는다. 우리 이별이 그렇게 아플 필요는 없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