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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연하던 시간

#652

by 조현두

혼자 오롯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누구나 날 알아보지만

아무도 내 마음이 어떤지 물어보지 않던 때

나는 참 괜찮아보였나 봅니다


다행이였습니다

바람도 돗도 노도 잃어버린 범선처럼

나는 외로움이란 바다에

그렇게 방치되었지만 괜찮았습니다


때때로 밤이 온다는 사실이

그래서 좋았습니다

어둑한 밤하늘과 밤바다는 닮았기에

나의 마음을 그 틈새 깊숙히 넣어 달랠 수 있었거든요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마치 무슨 벌을 받는 것처럼

내 마음 나뒹굴고 혼자였던 그때

아, 그냥 그 깊은 바닷속으로 가라앉을껄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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