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2
나는 내가 머물던 숲을 기억합니다
초록이 풍성하던 숲에서도
왜였는지
이름 모를 그 새는
내 보잘것없는 가지를 골라주었지요
아침 볕이 고운 날이면
작은 부리를 열어 노래하더니
허락도 없이
내 마른 가지에 자그마한 둥지를 지었습니다
아마도 내 여린 잎새 몇 장도
그 둥지였겠지요
그 아이는
노랬을까요, 붉었을까요,
검은 날개를 가진 아이였을까요
이제는 색조차 흐릿해졌지만
내게 당신들처럼 손이 있었다면
그 새를 살며시 쓰다듬어 주었을 겁니다
아니, 어쩌면
봄날 여린 새싹잎으로
슬쩍 쓰다듬어 본 적도 있었을지 모르겠군요
둥지는 비어 있을 때도 있었고
그 아이가 혼자일 때도 있었고
다른 것들과 함께일 때도 있었지만
나는 가지를 뻗어
부서지지 않도록 작은 둥지를 붙잡아 주었습니다
이제 나는 나무가 아니지만
멀리 숲에서
새 지저귀는 소리가
회색 바람을 타고 올 때면
내게 둥지를 지어주던 그 아이일까,
한참을 가만히 귀 기울입니다
있지도 않을 그리움
잊지도 않나 봅니다
아직도
이곳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