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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장이 없지만

#675

by 조현두

네가 먼 길을 돌아 내게 말을 건넸을 때

나는 반가웠고 또 마음이 무거웠다


너는 창가에 앉아 있었을까

희미한 겨울빛이 네 손등을 덮었을까

창문 너머 바람이 한 번쯤 불어왔을까


지금 나는 너를 알 것 같기도 하고

도무지 알 수 없을 것 같기도 하다

네가 걸어온 길을 상상해 보지만

그 길 끝이 어디로 닿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나는 네 얼굴을 한번이라도 보고 싶었지만

그 길이 막혀 있다면 어쩔 수 없겠지

다만 네가 알아주었으면 한다

멀리서라도 나는 너를 걱정하고

너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너와 네 가족이

마당 한켠 작은 나무처럼

어떤 계절에도 흔들리지 않기를

그리고 햇살 좋은 날

포근한 이불 속에서

너의 온기를 기억하기를


나는 기다리지 않겠다

다만 네가 나를 기억할 수 있다면

그걸로 되었다

신께서 너를 살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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