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
바람이 부는 쪽에 앉아
너의 이름 아닌 것을 불러본다
누군가 기억하지 못할 말들이
작은 돌처럼 혀끝에서 굴러 떨어진다
귤나무 아래 그늘은 늘 짧았고
너는 한 계절쯤 내 곁에 머물렀다
눈이 내리지 않는 섬에서
우리는 눈 오는 날의 이야기를 나눴지
나는 종종
비어 있는 너의 잔을 채우려다
내가 먼저 흐르고 말았다
그 밤 너는 나를 지나쳤고
나는 멈춰서서
마지막으로 울던 너의 뒷모습을 기억한다
그 후로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잊은 적은 없었다
눈 오는 날, 늦은 밤, 귤 향
그리고 가끔 튀어나오는 내 이름의 끝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