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9
어떤 발소리는
꽃이 지고 난 뒤에야 향기를 남깁니다
그 발 아래, 조용히 피어난 것들이
당신의 온기를 먼저 안다는 듯
말없이 고개를 듭니다
나는 늘 낮의 마음만이
향기를 쫓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달 없는 밤을 건너
숨죽인 향을 따라오기도 하지요
나는 늦게 핀 꽃이었고
그대는 이미 이 길을 오래 걸은
벌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시간은 흐름을 숨길 줄 알고
마음은 계절보다 먼저 피곤합니다
그대를 바라본 것은
말의 끝이 아니라
아득한 침묵
속
벌의 날갯짓이 지나간
그 자리에 남은 잔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