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0
요즘 내 마음은
젖은 마루에 앉은 고양이처럼
괜히 구석을 바라봅니다
그대를 잊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우연히 마주친 저녁노을 속에도
당신의 뒷모습이 숨어 있었지요
마음은 오래된 창문 같아
기척 없이도 안에서 열리곤 해요
당신 이름
석 자
그냥 바람에 묻어 불러보면
창밖의 나무도 가만히 고개를 숙입니다
찻잔을 비워내듯
하루를 다 마셔내고 나면
남는 건 향기와 그리움뿐이라
나는 다시 당신을 기다리는
작은 잔이 됩니다
다시 만난다면
손끝으로 계절을 건네고 싶어요
말 대신 꽃잎 한 장 내밀 듯
고요하게
그러나 확실히
그대를 위해
나는 지금
조금씩 마음을 갈무리하며
봄이 되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