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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퇴근길

#724

by 조현두

가끔은

목을 가로질러 흐르는 전깃줄들이

지평선인 것처럼 보인다


빛이 닿지 않는 골목마다

하루가 떨어져 있다

말 없이 굴러다니는 것들


지워야 할 메모와

보내지 못한 메시지 사이

한 계절쯤은

나 혼자 지나온 것 같다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은 채

조금씩 낡아지는 중이다

다만,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안다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이

집으로 가는 길인지

헤어지는 길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언젠가 도착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수용으로

나는 오늘에서야 퇴근한다

너의 오랜 적막만 밤하늘 속에서 서럽게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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