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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인사

#725

by 조현두

창가의 꽃이 시들고 있었다
몇 날 며칠을 보고도
나는 물 한 컵을 주지 않았다

그것이 이별이었다는 건
향기가 사라지고 난 뒤에서야 알았다

반소매 위에 바람이 닿았다
긴팔을 꺼냈지만
계절이 바뀐 줄은 몰랐다

그렇게 우리는
계절과도 인사 없이 헤어지는 사람들이었다

서랍 속 편지
분명 내 이름이 쓰여 있었지만
나는 열지 않았다

그것은 한 사람이 건넨 마지막 문장이었고
나는 단 한 문장도 읽지 않은 채
그 사람을 놓아버렸다


우리는 마주 앉지 않았다
서로의 어깨에 기댄 채
말 없이 입을 맞추던 밤

그건 사랑이 아니라
언젠가 이별할 사람들끼리의
마지막 예의였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때도
지금도
누구에게도 제대로 인사한 적이 없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알람을 끄고
얼굴을 씻고
그대로 하루를 흘려보냈다

이제 와 생각한다
내가 읽지 않은 건
편지도, 사람도, 계절도 아니었다


어쩌면 가장 오래 읽지 않은 건
나 자신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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