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6
너는 날선 침묵으로 삶을 감싸 안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지켜낸 듯 보이지만, 사실은 잃어버린 것이 더 많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너는 다정해지고 싶었다.
서툰 말이라도 건네고,
어설픈 웃음이라도 건네받고 싶었다.
사람 사이의 말 없는 틈에 오래 머물면
그 틈이 너를 삼켜버릴까 봐 두려웠다.
누군가가 조용히 등을 두드려주기만 해도
울어버릴 것 같은 날들이 이어졌고,
그래서 너는 외롭고 싶지 않았다.
사랑받고 있다는 기척, 그 희미한 증거 하나가
너를 겨우 오늘까지 데려다주었다.
하지만 다정함을 품는 일은
생각보다 더 많은 용기를 요구했다.
네가 내민 말들은 종종 가볍게 무시되었고,
어떤 대답은 침묵보다 차가웠다.
그래서 다시 입을 다물었지만,
그 침묵이 너를 보호하지 못한다는 걸
너는 이미 알고 있었다.
아무도 손 내밀지 않는 저녁이면
스스로를 달래듯 창밖을 오래 바라보았고,
그 시간이 지나면 잠시 괜찮은 사람처럼
몸을 다시 일으켜야 했다.
나는 오래전부터 너의 다정함을 알아보았다.
그것이 어떻게 조심스럽게 꺼내지고,
얼마나 쉽게 다치곤 하는지를.
네가 말을 아낄수록 나는 귀를 기울였고,
네가 고개를 돌릴수록 너의 등을 바라보았다.
그저 괜찮다는 말 대신
함께 걷자고 말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네가 외롭고 싶지 않았던 만큼
나는 곁에 있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