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 아래에 무엇이 있더라

#738

by 조현두

물결은

자신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른다

그저 부서지며 가라앉고

다시 쓸려간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나뭇가지가

어떤 새의 방향이 될 때

그건 바람 때문이 아니었다

바람은 그저 지나쳤다


나는 오래도록

잔에 담긴 물만을 마셨다

그 잔이 없었다면

목이 마르다는 감각도 없었을 것이다


문이 없던 방에서

문지방의 냄새를 맡은 날이 있었다

그날,

닫힌 창이 조용히 흔들렸다


빛은

닿은 적 없는 그림자를 남기고

그림자는 사라진 얼굴을 닮아 있었다


이름 붙이지 않은 것들은

불리지도, 도달되지도 않는다

우리가 눈 돌리기 전까지

그들은 우리를 모른다


그늘 아래의 것들은

말이 없고,

눈이 없다


하지만 나는 가끔

그곳에서

내가 아직 모르는 갈증이

자라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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