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7
모서리진 하루가
조용히 풀린다
바닥에 번지는 빗물은
말을 하지 않고도
무언가를 남긴다
창문은 젖지 않는다
수천 번 두드리는 물방울도
스며들 수 없는 경계가 있다
흙냄새가 몸에 밴다
숨은 오래된 나뭇결을 따라 퍼지고
이따금,
잊힌 얼굴 하나가
깊은 물소리처럼 흐른다
잎사귀 끝,
처마 끝,
가슴 끝—
떨어지는 것들은
아무 말 없이 다가왔다가
조금 머물다 떠난다
손등에 닿은
물방울 하나의 체온이
나를 여기에 묶어둔다
감정은 끝내
말의 자리에 스미지 못하고
그 빈틈마다
물기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