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4
왜인지
그날 나는 이를 악물고 이별을 고했습니다
목울대까지 차오른 말들을 꾹꾹 눌러 담아
아프지도 않게, 덜컥, 문을 닫았습니다
그날의 저녁은 너무 조용해서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마저 말이 되는 줄 알았고
나는 이불을 턱 끝까지 끌어올려
당신을 덮어버린 줄만 알았습니다
서운했던 일들
말끝마다 흐르던 서늘한 공기
내 마음 어귀를 두드리던 후회들도
이젠 나를 떠나 별것 아닌 게 되었는데
도무지 당신만은
그 별것 아닌 것이 되질 않습니다
문장 사이에 끼워 넣은 공백처럼
나는 당신을 지워 넣었는데
잊은 줄 알았던 당신의 온도가
가끔씩 눈꺼풀 아래로 스며 나옵니다
말끔히 쓸어낸 기억의 방 안에
당신은 여전히 먼지처럼 앉아 있습니다
지우개로 문질러도 자국이 남는 글씨처럼
당신은 떠난 자리에떠나지 않은 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