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글을 쓸때마다 평범해진다

#753

by 조현두

아내가 원고를 고칠 때면, 집은 조용해진다. 아이는 방에서 고르게 숨을 쉬고, 거실에서는 내가 가꾸는 어항의 물소리가 보글거리며 시간을 잘게 부순다. 아내는 문장을 오래 붙잡는 사람이다. 단어 하나를 지워 보고, 다시 들여놓고, 문장 사이 간격을 한 칸 더 벌려 본다. 보내기 버튼은 늘 조금 늦게 눌린다.


수상 결과가 오는 날이면 공기가 먼저 눈치를 챈다. 반가운 소식이 도착하는 날도 있지만, 더 많은 날엔 아내가 한숨 길이를 짧게 조절한다. 그때 아내는 다른 입상작들을 찾아본다. 무엇이 빛났는지, 어느 결이 눈에 들어왔는지, 오래 마주본다. 그리고 며칠 전, 각자 회사에서 일하던 오후, 우리는 카카오톡으로 짧게 말을 주고받았다. “글을 쓸 때마다 평범해지는 것 같아.” 화면에 뜬 그 문장은 담담했지만, 내 손가락은 곧장 멈췄다. 나는 답장했다. “당신이 특별해지면 곤란해.”


아내가 보여준 수상작들 앞에서 나는 숙연해진다. 나약한 나는 그런 특별함엔 되도록 경험하고 싶지 않은 고통들이 보였다. 누군가의 상실과 돌봄, 차별과 고통, 예기치 못한 변화와 그 이후의 언어들. 그 문장들은 불행을 겨루지 않는다. 다만 오래 버틴 삶이 남긴 흔들림을 숨기지 않는다. 이 글은 타인의 고통을 평가하거나 대비하려는 시도가 아니다. 우리는 그 앞에서 먼저 배우고, 조심스레 다짐한다. 입상은 고통을 재거나 비교하지 않는다. 다만 끝까지 견디며 기록해 낸 이에게 건네는 조용한 경의다. 그래서 우리는 결과 앞에서 판단을 미룬다. 스크롤을 멈추고, 박수보다 먼저 침묵을 건넨다.


일상을 만드는 평범은 얕지 않다. 우리가 붙들고 싶은 건, 하루를 무너지지 않게 받쳐 주는 습관들이다. 아이의 낮잠 루틴, 출근과 퇴근 사이에 눌러 쓰는 메모, 저녁 창틀을 스치는 바람, 바닥을 울리는 가전의 낮은 진동, 그리고 어항에서 끊기지 않는 물소리. 이름 붙여지지 않는 지구력이 우리 삶을 지탱한다. 나는 아내의 문장이 그 지탱 쪽을 향해 간다고 믿는다. 큰 사건이 문장을 끌고 가는 대신, 사건이 없는 날을 붙잡는 기술로. 호흡과 간격, 밝기와 어둠, 그 사이의 여백으로.


더불어 아내가 말한 “평범”을 나는 부정하지 않는다. 누구라도 인정의 빛을 그리워한다. 다만 우리는 우리 쪽에서만 약속한다. 남의 그늘로 노출을 올리지 않겠다. 상처를 소환해 조명을 밝히지 않겠다. 문장이 삶을 밀지 않도록, 오늘의 호흡을 먼저 지키겠다. 그래서 아내의 말은 또 질문이기도 했다. 나도 한 번쯤 특별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을까.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누구라도 그렇다. 다만 우리는 약속한다. 셔터음을 크게 내지 않겠다고. 결과 알림이 먼저 울릴지라도,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사진이 흔들리지 않는 일이라는 것을.


오늘의 결과가 어떠하든, 집은 제 목소리로 돌아온다. 잠든 아이가 뒤척일까 조심스레 방을 정리하고, 어항의 물소리는 밤의 속도를 일정하게 맞춘다. 아내는 다시 문장을 연다. 진실은 종종 늦게 현상되지만, 한 번 떠오르면 오래 남는다. 우리는 그렇게 하루를 받는다. 상 대신, 하루. 그 하루들의 묶음이야말로, 우리에게 가장 단단한 상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렇게 아내의 특별한 웃음이 알려준다. 평범은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쌓인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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