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꽃을 저녁바람에 걸었다

#752

by 조현두

여름은 오래 머물렀다

권태는 바닥에 눌러붙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텃밭에 심은 부추는

어떤 마음으로

하얗게 꽃을 올렸을까


나는 차마 계절을 흘려보내지 못해

푸른 창가에 하얀 꽃 잡아 앉혔다


청명한 풋내 틈

희멀건 꽃내음 번지어

한나절 엉킨 더위는

소리 없이 풀리어 제 무게를 잃어갔다


말 끝에 매달린 서운함도

조용한 사랑이 되어 물러났다

누가 건드린 적 없는데도

끝내 말하지 못할 어떤 방향으로


앞마당 한 귀퉁이 여름이 다 꺼진 나의 순수

달빛 한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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