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은 그늘에서 오래 남는다

#756

by 조현두

당신이 떠난 뒤에도

식탁 위에는 컵이 하나 더 남아 있었다

비워진 채로 하루 종일 햇빛을 받았다

나는 그늘진 의자에 앉아

텅 빈 모양이 어떻게 오래 버티는지를 배웠다

붙잡을 수 없었기에

당신은 더 깊이 새겨졌고

되돌릴 수 없었기에

나는 매일 같은 자리에서

조금씩 당신을 다시 불렀다

헤어짐은 사라짐이 아니라

다른 얼굴의 머묾이었다

나는 그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며

오래 사랑하는 법을

다시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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