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적 이별

#783

by 조현두

문장은 죽은 자의 온기처럼 서늘하고, 행간마다 박힌 축복은 차마 뱉지 못한 비명 같다. 그 노래 뒤편에 가난한 유학생의 그림자를 덧칠하고, 그가 스스로를 지워내며 써 내려간 파경의 문장들을 성전처럼 받들게 된다. 그것은 우리가 단 한 번도 이별 앞에서 결백해본 적 없기 때문. 누군가를 떠나보낼 때 우리의 손은 늘 원망의 얼룩으로 번져 있었으므로, 가사 속의 그 남자는 우리가 도달하지 못한 이별의 완성형이 된다. 모 가수의 편지라는 노래는 노랫말과 음율만큼이나 루머가 따라다닌다.


나는 '피해자 없는 이별'이라는 기만적인 아름다움에 대하여 생각한다. 가해자가 되길 거부하고 스스로를 지워버린 자의 등 뒤로, 남겨진 이는 평생을 부채감이라는 연옥 속에서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 기꺼운 위악에 기꺼이 동의하고 싶다. 우리가 살아오며 온몸으로 통과해온 그 비루한 이별들, 밑바닥까지 긁어보이며 서로를 할퀴었던 아픔의 잔해를 알기에. 진흙탕 같은 현실에서 단 한 조각의 품격이라도 건져 올리고 싶은 간절함이, 때로는 사실보다 더 절실한 허구를 요청하는 것이다. 낡은 편지봉투 속에서 완성된 것은 사랑의 지속이 아니라, 비루한 생을 견디기 위해 슬픔을 미학적으로 분장시킨 우리의 서글픈 다짐이다.


아무도 이별을 원하는 사람은 없다. 그저 그렇게 사랑할 수 없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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