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담은 손

by 조현두

손가락은 짧고 뭉툭하고

손바닥은 넙데데한 것이 거 참 이쁘다고는 말하기 어려운 형상

섬섬옥수란 단언은 한밤의 동공처럼 공허하다


이 못생긴 손으로 배운 것들이 넘친다

귤을 까먹는 법, 종이를 자르는 법, 글을 쓰는 법, 사랑하는 법, 사랑하는 것을 밀어내는 법, 쥐어선 안될 것을 한껏 움켜쥐는 법


보잘것없는 손으로부터 배운 것이 아니라 온 세상이 손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내 세상은 그랬다 지극히 평범한 이 손에 세상을 담았다

그 손에 너의 손도 있더랬지

가끔 그 손이 그립다 내 세상에 맞닿았던

니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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