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전에 그리움을 남기는 일

by 조현두

그날은 저도 의문입니다

대체 언제 잠이 들었던 것인지

언제 날이 바뀐지도 모르게


아마 목이 아파였을까요

깊이 잠든 밤을 지났지만

저는 쉽게 이부자리를 나오지 못했습니다


겨우 일어나선 칭얼대며 게으름을 피우며

두텁게 늦은 오전까지 순둥순둥 보냈건만

밤새 내린 눈을 덮은 새하얀 아침은

늙은 비구니처럼 절 맞이하여 주었습니다


아무도 밟지 않은 듯하던 새하얀 눈밭

멍하니 보고 있자니

잠든 사이 여러 손님 왔다간 발자국은

덤덤히 남았습니다


엊저녁 아오옭하고 울던 노란 고양이

하얀 양말 신고 왔었나 봅니다

까만 턱시도 입고선 한껏 차려입은 까치

아마 맨발로 시린 눈을 밟아서 깡총깡총 뛰었을 겁니다

이 눈 밭에 고라니는 왜

구두를 신고 왔나 모르겠습니다

벗지 못해서 마지못해서 신고 왔을 겁니다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밤새 우리 집 다녀간 손님들 발자국

그 많은 발자국에도 제가 기다리는 발자국은 없었습니다

있지도 않을 것이란 것은 압니다만

그래도 당신 발자국이 남겨져 있었으면 하는 것이 그리움일 겁니다


고요한 흰 눈에 제 그리움을 찍어봅니다

따뜻한 봄이 오면 사라질 그리움

여기 남겨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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