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율

by 조현두

바짝 말라 따사롭게 흐르는 가을볕은

여기저기 스며들어 가을 냄새가 됩니다


그런 날은 시장을 돌다

잘 익은 알밤들 소복하게 쌓인 것 앞을

그냥 지나치질 못하겠습니다


짙은 갈색빛에 가을볕을 두른 윤기를 보자면

탱글탱글하니 흐르는 냇물의 작은 자갈처럼 참 귀엽기만 합니다


저는 그 귀여운 알밤 모습을 보고 있자면

이름에 밤 율자를 쓰는 그 사람이 떠오릅니다


가지런하면서 달작지근한 미소와

매끈한 피부결을 따라 소복하게 피는 눈웃음

가끔 저를 쫄래쫄래 찾아오던 그 씩씩한 발걸음


이 가을에 잘 익은 아름다운 밤을 보면

아끼지 않을 수가 없는 사람이 생각납니다


잘 익은 알밤을 보면

가을볕 스민 당신이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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