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와 시집

by 조현두

내 오랜 나무 책꽂이는

어릴 적부터 쓰던 것이라

시계 속 시침이 몇천 번 제자리를 찾아 헤매는 시간을 겪어

어쩐지 조금은 휘어버린 것 마냥 보인다


그간 읽어왔던

중요하게 여겼던

재미있게 보았던 책들

석양이 시드는 운동장 흙빛 같은 나뭇결 사이에 꽂혀 색색별로 들쑥 날쑥한데도 가지런하다


무슨 책들이 있는지 보자니

별과 시간, 마음과 생각, 동물과 도시, 사전과 동화까지

온갖 책들 다 있는 내 오랜 책꽂이에서

찾기 힘든 책은 시집뿐


생각해보니

니가 다녀오고 나서부터

내 책꽂이에 시집이 꽂히기 시작했다


아니 니가 떠나고 나서부터

나는 책꽂이에 시집을 채우기 시작했다

아, 너는 나의 시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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