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밀가루처럼 웃더라

by 조현두

어느새 해질녘 여름

뜨거운 열기 실어가던 바람을 등지고

버스정류장에서 집으로 돌아오던 길


우리는 별 의미도 없는 말

참 잘도 주고받았다

더운데도 손을 잡고선

발맞추어 참 잘도 걸었다


그날 내 별것 아닌 말들에도

너는 재미나다며 참 많이 웃어주었는데

나는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른 채

그 웃음에 따라 웃느라 바빴다


너는 참 새하얀 밀가루 같았다

고운 밀가루 같이 순한 웃음

풋풋한 목소리와 깨끗한 눈매에

나는 그저 정신없이

횡설수설했다는 사실 너도 알 테지


사실 그날 널 좀 더 사랑할 수밖에 없어서

밀가루 같은 그 웃음에 빠져

등 뒤에서 날 떠미는 가녀린 초여름 저녁 바람에도

내 마음 휘청이느라 정신없었다


가끔 여름날

미적지근한 바람 불어오는 저녁이 되면

어디선가 밀가루 풋내음이 맡아지는 듯한 것은

왜 아직도 계속되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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