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맞다

by 조현두

어떤 날 그대에게 먹구름이 들이칠 것만 같아서였을까요

오랜 시간이 흘러 우리 함께 였던 순간들은 먼지 되어 날아가버렸는데

그대는 마치 우리가 어제도 만났던 것처럼 익숙하게 절 찾아왔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딱히 기다린 것은 아녔지만

당신을 맞이하는 것이 어쩐지 두근거려서

조금은 들뜨는 마음이 되고 맙니다

오늘은 당신을 만나서 어디로 갈지

당신과 함께 어디를 걸을 수 있을까 기대하는 마음에요


아니나 다를까 역시 저는 오늘

당신과 많은 것을 또 함께 하였습니다

다만 조금 지쳐 보이는 것은 그대와 함께 있는 동안

그대 향한 마음 전하지 못해서 제 속마음이 울었기 때문이겠지요

제 마음이 그만 젖어버렸기 때문일 테지요

그래도 그대 대신 울고 그대 마음 젖지 않았다면 이것은 이것대로 좋은 일입니다


그래도 그대

집에 돌아가서 제가 불현듯 생각나서 아 맞다 하고 생각난다면

저를 다시 찾아와 주시기 바랍니다

젖은 우산이 되는 것은 괜찮지만

버려진 우산이 되는 것은 조금 힘들 것 같습니다


젖은 마음이 말라 거칠어지기 전에 다시

제 살이 녹슬어 무너지기 전에 다시

꼭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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