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이

by 조현두

늙은이 귀가 어두워 말을 듣질 못해

답답은 한데 말할만한 사람이 없다


나가서 사람 만나 이야기하고픈데

알 수 없는 병이 퍼지고 있으니

마을 교회에서 노인정에서 나오질 말라한다


그나마 앞집 사람 간간히 먹을 것 나누어주러

작은 집 문 두드릴 때가 적막함이 무너지는 순간인데

그 조차도 귀가 어두워 듣질 못한다

같이 살던 사람은 지지난해 봄이 오던 때에 떠났다

몸이 성치 않아 화장실 한번 가기가 불편한데

이거를 누군가에게 말하려니 부끄럽기만 하다


어제는 고마운 손자와 며느리가 왔다 갔다

잘 일어나지도 못하고

화장실 한 번가고 냉장고 한번 열 때마다 숨을 몰아쉬는 늙은이

가만히 그 모습 보고만 있을 수밖에

언제인지 모르게 이렇게 늙어버렸다


손자와 며느리가 저녁 한 끼 먹지 않고 간단다

배웅하고 싶어 문 앞까지 나왔는데

더 멀리 가지 못해 현관문 앞에 대충 앉았다


늙은이 눈물이 난다

아까까지 고마웠던 손자와 며느리가

지금 이렇게 가는 것이 야속하다

늙었다 어느새 이리 약해졌나


생각하게 된다

나는 또 혼자 밥을 먹겠지 식어버린 밥 힘겹게 먹겠지

빨리 죽어야 할 텐데

생각하게 된다


눈물이 난다

늙은이 정말 언젠가 모르게 늙어버렸다

우리 할머니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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