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되지 않았던 일을 마주하는 것

by 조현두

너는, 내 앞에서

그 사람을 잊고 싶다고 괴롭다고 말하며

창문에 맺히는 빗방울처럼 떨었다


나는 테이블 위 갈색 티슈를 펼쳐놓고

내가 가지고 다니던 하얀 볼펜 무심히 꺼내었다


그 티슈에 그 사람 이름과

함께 가장 좋았던 사랑하였던 가슴 뛰던 일들과

가장 미웠던 일들과 상처 받아 괴로운 것들 적으라 하였다


그 일들이 무어라고

눈물 뚝뚝 흘리며 그 모든 걸 적고선

넌 나를 날개 다친 새마냥 가만히 쳐다만 본다


그런 너에게

지금 손에 쥔 그것

찢어서 내게 버리면 모두 잊게 될 것이라 말했다


너는 그 자리에서

펑펑 울기만 하였다

그 티슈 손에 쥐고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선

놓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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