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목

by 조현두

타종을 위해선

당목이 범종을 울리기 위해선

한 발자국 뒤로 슬쩍 물러나야 한다


그러고선 당목이

온몸으로 종에게 닿고자 애써야만

범종은 제 몸 떨며 큰소리로 당목을 맞이한다


그런 범종의 종소리

어쩐지 당목이 종에 닿는 순간이 아니라

당목이 범종의 몸통으로부터 떨어져

허둥지둥 할 때 깊이 울리는 것만 같다


범종은 당목과 닿았다가

떨어져야지만

그런 깊은 소리를 낼 수 있다

아니

그리 깊이 울 수 밖엔 없을 것이다


당목에 닿은 것이 내 마음인지 무언지

종소리에 울리는 것이 나의 가슴인지 무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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