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없는 자리

by 조현두

시간이 끝나가는 절벽

그 어느 바위 아래 느긋이 기대어

촘촘히 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는다


노란 부리 갈매기는 날갯짓도 없이

순한 하늘을 쓸어가고

저 멀리서 온 무해한 해무

스리슬쩍 건너편 언덕을 올라와

나를 뭉근히 덮으니


저 노란 나비의 침묵은

보랏빛 풀꽃 사이를 헤집어 놓는다


그럴 때 나는

나의 자리가 없는 자리를 떠나고 싶다

그저 조용히 오늘을 나가련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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