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하다
힘들다 버겁다
어떤 말을 가져다 붙여도 도무지
마음을 담아낼 수 없는 날이 있다
본디 단어란 것이 유일하게 내 마음을 담아내어주는 그릇인 줄만 알았는데
태양이 바스라지는 것만 같은 날
그런 날 내 마음은 이 글과 말이란 것엔 담을 수 없다
마치 커다란 채에 마음을 담은 듯하니
채에 남아있는 건 그저 찌꺼기일 뿐인지 모른다
어찌해서 별 다른 이유가 있어서 힘든 것이 아니라
그냥 힘이 든다
오늘을 살아간다는 것이 살아내는 것으로 바뀌는 하루를 맞이하는 기분
태양이 바스라지는 하루에는 이 마음을 담는 채에 구멍이 숭숭 뚫려서 허망한 것들만 남기지만
이 채가 유일하게 마음을 걸러주는 것이라 오직 이것만으로만 할 수 있으니
바스라지는 태양을 그저 쓸어 담아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