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끝에서

사랑하지만 사랑할 수 없는 시간을 보내며

by 조현두

이별의 끝에서

나는 너를 뒤로하고 무심하게

그 자리를 떠났지만

뒤를 보면


이별의 순간 너는 창 밖에서

언제나 그렇듯

얇은 거미줄에 은색으로 부서지는 아침햇살 같은 미소로

가만히 나를 보곤 했다


그러면 결코 그 순간을 잊지 못하리란 너의 마음

단단한 눈빛이 되어 작은 새의 날갯짓처럼 퍼덕거린다


때때로 그 날이 자명종처럼 울릴 때마다

나는 이별을 외면하는 나의 나약함

나를 잊지 않으려는 너의 꿋꿋함을 마주하니

나는 눈을 감고 큰 숨을 들이쉬는 수 밖엔 없다


숨 막히는 새벽, 긴 침묵의 시간이 흘러

여느 가을의 서늘함이 짙은 볕과 찾아올 때

나는, 니가 되어보기로 했다

니가 떠나는 모습을 니가 떠날 때까지 가만히 지켜보기로 했다


온 체중을 실어 이별을 맞이하는 너의 용기

참 작아 보이는 그 모습

너의 눈빛과 꽃잎처럼 진동하는 붉은 입술이 되었을 때 비로소

이별의 끝을 반갑게 마중 나갈 수 있었다
작아진 마음 옮길 수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돌 많아서 좋겠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