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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두

갈색털을 가진 그 개는 어느날 교통사고로 후지를 쓰지 못하게 되었다. 그런데 큰 사고의 상처가 겨우 나아서 집으로 돌아온 녀석은 날 놀라게 했다. 여느 기적적인 이야기처럼 후지를 쓴다던가 회복한다던가 하여 날 놀래킨 것이 아니다. 녀석은 마치 마비가 아무런 일이 아닌 것처럼 살았다. 우울해보이지도 않았고 무기력해보이지도 않았다. 녀석은 주인과, 또 같이 사는 형제와 즐겁게 지냈다. 어떻게 그렇게 행복할까. 어떻게 결손의 슬픔이 없을 수 있을까. 가만 보니 녀석은 자기를 잃은듯 살았다. 살아감에 있어서 자신을 생각하고 다른 개들과 자기를 비교하지 않는 모양새였다. 갈색털의 녀석은 세상 누구보다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며 자신을 잊는 듯 보였다. 개가 사람보다 행복한 이유를 조금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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