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

by 조현두

술에 찌든 사람이 길거리 가로등에 기대어 있다. 그는 아까 마신 술이 버거운 것 같다. 정말 힘겹게 알콜 냄새 가득한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반복하다 말한다. 야. 사랑이 뭘까. 그 옆에서 어이 없는 듯 처다보던 남자. 길을 잃은 듯한 질문을 받고선 슬그머니 고개를 들어 낯선 가로등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그리고 아주 조용히 생각했다. 내가 무엇 때문에 바뀌는 일을 기쁘게 여기는게 사랑이지. 남자는 너털 웃더니 말했다. 가자 병신아, 사랑하러 가자. 그러고선 술에 찌들어 누워있는 사람을 일으켜 걸어갔다. 긴 밤중에 있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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