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보낸 편지에는 봄볕이 담겨져 있었다. 분명 그 내용엔 겨울, 추위, 고독 같은 단어들이 열거되고 실존적 고독이 성가시게 늘어져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붉은 것 같은 글자들 틈에는 삶의 희망이 비추는 창문이 있었고 그 자간사이로 싱그러운 봄볕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내가 그 편지에서 마치 밤하늘 빛나는 별조각을 마주치는 느낌을 받은 것은 당연했다. 종이 표면에 거칠게 뱉어낸 단어들은 나약했고 빼어난 희망은 여백을 채우고 있는 편지라니. 그는 고장난 사람이라기보다 글을 통해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