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인지 모르겠지만 우리 동네엔 시장이나 마트가 없고 특히 정육점이 없어서 아쉽다. 고기를 썰어서 팔던 그 일이 옛날에는 천대받던 직업이라 하였지만 요즘엔 사정이 좀 낫다던가. 여전히 그런 편견이 남아있다지만 그럼에도 내게 고기를 다루는 일은 가장 사람다운 일처럼 보인다. 그래서인지 정육점에서 고기를 다루고 있으면 꼭 신비한 마술쇼를 보는 어린애 마냥 쳐다보곤 한다. 그러면서 참 사람답다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데, 살기 위해서 죽은 것을 다루는 일이라는 아리까라한 철학적 미묘함과 어쩐지 자기가 사냥해 가져온 것을 턱턱 나누어주는 같은 원시적 강인함 같은 것이 붉게 베여나와 뒤섞이어 선망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