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날, 가장 먼저 책을 샀다.
#461
지난 해 마지막 날. 나와 연인은 노곤한 잠자리에 누워 내일 무엇을 할지 이야기를 나눴다. 아침 일찍 해돋이를 보면 그 하루가 무척 길 것인데 무엇을 하며 하루를 쓸 것인가.
여느 때처럼 아무 생각 없이 아무 말이나 내뱉는 나는, 책을 사러가자고 했다. 책을 사자, 올해 반드시 완독하고 말겠다는 다짐을 담아 책을 사러가자. 책을 좋아하지만 더 이상 읽지 않게 된 자의 미련스러운 계획이건만 나의 연인은 좋다고 말해주었다.
어디로 가면 좋을까 알아보다 우리가 좋아하는 지역의 북카페에 가기로하였다. 해돋이를 보고 추위를 녹이려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책을 고르려는 그런 계획은 어쩐지 꽤 그럴싸했다. 그리고 짙은 새벽 우리는 일찍 일어났다.
신년의 태양에 바라는 소원이란 것이 무엇인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동해안 바닷바람에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들이 바지런히 해안가에 모여든다. 내게 어떤 소원을 빌었냐는 연인의 물음에, 소원이란 좀 이상적이여야하고이루어질 수 없을 것 같은 것을 바람직하는게 맞다는 내 요상한 신념이 남들 다 바라는 소원조차 그리기 어렵게 한다. 그러다 문득 올해는 나로 인해 상처 받는 사람이 없었으면 한다는 소원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렇게 이런저런 새로운 하루의 마음을 담고선 아주 작고 고즈넉한 북카페에 오게 되었다. 푸른 바다를 마주하는 아주 작은 카페는 오늘 아침 6시 30분부터 열었다는 현판이 걸려있다.
맛 없는 커피를 싫어하는 나는 노곤한 정신을 깨우고자 신중을 기해 원두를 고르고 책을 골랐다. 그리고 계산을 하며 사장에게 인사를 건네었다. 덕분에 오늘 전국에서 가장 일찍 문을 여는 서점에 오게 되었다고 말이다. 그렇게 새해 첫 날, 가장 먼저 책을 샀다.
덧붙여 이 글의 말미에, 내가 좀 멋져보이고 싶어서 조금 각색한 글이란 비밀을 밝혀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