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의 미련

#485

by 조현두

어느 이름 모를 바닷가

섬이라기보다는 암초라 할만한 녀석은

날선 파도와 바람이 부는 자리에도

자기가 있어야 할 곳에 있다


어느날부터 녀석의 눈에 나타난

파도가 만든 경계선을 길 삼아 걷는 걸음

그것은 외롭고 우울한 슬픈 걸음

그런 상처에도 내딛는 씩씩한 한 걸음


멍투성이 그 걸음 마음 쓰여

녀석은 바람을 불러 더 큰 바람 제게 보내달라하였다

걸음이 혼자라고 느끼지 않게

바람을 맞은 파도가 자기를 돋보이게


매일 걸음은 파도가 만든 경계선에서

녀석을 타고 오르는 파도를 보았으리라

바람을 보았으리라

아마 갈망했으리라


오늘 녀석은 바다와 하늘의 경계 아래로 가라 앉는다

더는 파란 하늘과 외롭고 쓸쓸한 걸음도 없지만

물그림자 바스라지는 여린 파도 아래

녀석은 자기가 있어야 할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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