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한 빈 산에
고즈넉히 여린 햇살을 들입니다
가냘픈 빗줄기도 채워봅니다
엷은 나뭇가지 끝으로
파란 하늘을 쪼개면
쿰쿰한 낙엽 덮힌 비탈길엔 외로움 스미지요
도무지 어찌 할 수 없는 막막함이
일렁이는 사이
이름 붙이기 어려운 것들만 떠들썩하니 채워집니다
어린 것은 늙지 않아 모르는 것이 많고
텁텁한 호기심만 부풀어 오르는데
핏줄에 은하수처럼 흐르던 것은 환상통이였습니다
오늘 낡아버린 산성의 귀퉁이는 어둠이 다독였고
나는 풀벌레 마냥 가질 수도 없는 것을 바라며
알지 못 할 노래를 그대와 흥얼거릴 뿐이였습니다
사랑하였기에 행복을 떠들었고
상실하였기에 슬픔을 떠들었는데
합일의 마음은 계절을 따라 부스러지고 맙니다
그래도 괜찮을까요
그래서 괜찮은가요
그러면 괜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