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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두 Feb 27. 2024

빈 여울에 던지는 투망

#505

늙은이는 묵직한 투망 들쳐매고서

옅은 여울에 홀로 앉아있습니다

마치 오랜 바위가 지난 태풍에 쓸려 상류에서 내려와 앉은 듯


늙은이가 나 앉은 여울은 맑습니다

여름이란 계절이 아니였다면 그 여울은 필시 아주 투명한 얼음이 되었을 것이리라

나는 그리 생각합니다


빈 여울에 투망을 던지는 모습

아무것도 없는 여울은 자세히 보니 점점 더 말라가는 것만 같습니다

초롬한 물줄기흐르는 여울에 투망만 거칠게 튀어오를 뿐


빈 여울에 던지는 투망은 늙어버렸습니다

고기하나 없는 여울은 부끄럽기만 합니다만

아무것도 없는 곳에 그래도 투망은 있으니 다행입니다


아 또 늙은이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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