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여린 선잠 되어오니
수국 꽃대 올라오더라
올해는 무슨 색 보여줄까
니가 좋아하는 하늘색
조금 부끄러운 분홍색
아니면 우리를 닮은 아주 진한 보라색일까
이따금씩 오르던 꽃망울이 부풀던데
어제는 아끼던 꽃대가 그만
나 모르게 뚝 부러져있었다
아직 피지 못한 꽃대가 부러졌다
내 잘못인가 못 보살핀 탓인가
못 다핀 꽃망울만 올망졸망하다
서글픔의 틈에서 수국의 겨드랑이로 새순이 오른다
아팠을텐데 벌써 이렇게
더 풍성해질 준비를 한다
그래 언젠가는 저 새로운 자리 끝에 꽃이 필것 같다
그러면 너에게 이 수국을 선물할까
그때 우릴 닮은 보라색 같이 볼 수 있을까 너도
그럴 수 있을까
부러진 수국 부러진 수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