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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보름 Nov 10. 2022

멀미

2022.11.9


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 도중에 멀미를 했다.

왜, 새삼스럽게.


--


버스에서 볼 다큐멘터리를 정해놓은 게 문제였을까. 천원 결제를 하고 영상을 켜자마자 기분 나쁜 느낌이 위에서 시작됐다. 울렁울렁하는 느낌. 조짐이 좋지 않다. 그대로 영상을 끄고 눈을 감았는데 울렁거리는 느낌이 조금씩 강해졌다. 원래 어렸을 때부터 버스를 잘 타지 못했다. 속이 안 좋아져서. 나이 들며 조금 나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쉽지 않긴 했는데. 그래도 이렇게 제대로 멀미를 하는 건 오랜만.


아직 고속도로에 들어서지도 않았는데 속이 이렇게 되었으니, 앞으로의 시간은 고행의 시간이겠구나, 예상이 됐다. 예상은 들어맞았다. 그래도 죽을 것같은 상황까진 가지 않았고, 식은땀 기 직전의 상태로 몸이 끝까지 버텨주었다. 버스를 탈 땐 휴대폰으로 아무것도 못 본다. 뭘 보려고하면 바로 속이 크게 울렁이기 시작한다. 그래서 애초에 책은 볼 수도 없고, 그래도 가끔 영상은 볼 수 있었는데, 오늘로써 영상도 끝이다.


시간은 밤 8시 30분. 버스는 고속도로를 달린다. 속은 울렁인다. 마스크는 갑갑하다. 배도 고프다. 마음 같아선 휴대폰을 열어 배달 음식을 주문하고 싶지만, 휴대폰을 들여다볼 수도 없다. 머릿속에선 고추잡채밥이 돌아다니지만, 나는 안다. 나는 오늘 고추잡채밥을 먹지 못하리라는 것을. 왜냐 휴대폰으로 음식을 주문할 수 없으니까. 이후 30분은 내내 저녁으로 뭘 먹을까 생각했고, 속이 안 좋으니 냉면을 먹을까 생각했으며, 냉면 생각으로 멀미를 잊으려 노력했다.


드디어 버스 정류장.

버스에서 내리며 고행은 끝이 났고, 집에 오니 냉면은 없었다.

그래도 냉면이 있는 줄 알고 냉면 생각을 하며 올 수 있었던 건 너무 다행이었다.  

우동 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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