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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보름 Nov 11. 2022

서점의 날

2022.11.11

오늘은 제6회 서점의 날이었다.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가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책 '소설' 부문에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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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초 분량의 소감을 준비해오란 말에 이틀 전부터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어떻게 하면 서점인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진심 어리게 담을 수 있을까 고민고민하다가 어젯밤 11시쯤, 떠오르는 생각을 에버노트에 얼른 적고 한 두 번 육성으로 읽어본 뒤, 이거면 되겠다 싶었다. 서점과 관련한 경험이 휴남동 서점에 미친 영향도 적절하게 들어간, 나름 괜찮은 소감문이란 생각에 뿌듯한 마음으로 잠에 들었다.


오늘, 출판사 대표님과 함께 서울역사박물관으로 향했고, 건물에 들어서서 시상식이 열린다는 홀로 걸어가다 보니 눈에 익은 분들이 보였다. 얼마 전 지역서점 go를 찍을 때 뵈었던 분들. 친절한 안내를 받아 홀로 들어서서 자리에 앉은 후 행사가 시작되길 기다렸다.


행사 내내 조금은 울컥한 상태가 유지됐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 책을 너무 좋아해서 서점까지 차린 사람들이 가득한 자리. 현실을 성토하며 그럼에도 서로를 격려하며 서점인들이 서로서로 으샤으샤하는 자리. 이 자리에 앉아 책과 서점과 책을 좋아하는 마음 같은 것을 계속 생각했고, 문득, 내가 이런 귀한 자리에 앉아 있다는 것이 실감이 안 났다. 얼마나 귀하고 감사한 자리인가, 하고 생각하니 지난밤의 뿌듯한 기억은 사라지고 슬슬 긴장이 됐다. 울컥이는 마음에 긴장까지 되니, 애써 외운 소감이 머릿속에서 흐려지기 시작했다.


올해의 책 시상 시간. 총 7개 부문 수상자가 한 명씩 상을 받았고, 나는 소설 부문 수상자로 꽃과 트로피를 받았다. 일곱 명 중 가장 먼저 소감을 발표했고, 여러 번 반복해서 외웠던 소감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말을 하며 목소리 너무 떨리네, 하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대표님에게 들으니 목소리 하나도 안 떨렸다고 했다. 흐음, 매번 이런다. 나는 너무 긴장해서 내 목소리가 떨린 것 같은데 듣는 사람은 하나도 긴장하지 않은 것 같다고 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행사가 끝나고 나와 대표님과 근처 커피숍으로 향했다. 아무래도 그냥 헤어지긴 너무 아쉬웠다. 오늘 우리에게 있었던, 너무 감사했던 일을 나누고 헤어지기로 했다.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 휴남동.

오늘의 이 감사한 마음 평생 기억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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