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22
엘레나 페란테가 쓴 <엘레나 페란테 글쓰기의 고통과 즐거움>을 읽고 있다.
좀 심오해서 어렵긴 한데, 생각할 거리가 많아서 좋다.
--
"글쓰기는 과거의 모든 글을 정복하고, 서서히 그 엄청난 자산을 쓰는 법을 배워나가는 과정입니다. 우리는 결코 '고유의 문체가 있는 작가'라는 사람들의 칭찬에 현혹되어서는 안 됩니다. 모든 글의 뒤에는 기나긴 역사가 있습니다. (중략) 작가로서의 '자아'에 관해 말할 때면 반드시 다독가로서의 자아도 언급해야 할 것입니다."
요즘 내년에 있을 '칩거 & 다시 시작하는 글쓰기' 시기를 앞두고 글쓰기 관련 책을 읽고 있다. 이 책도 그런 의미로 읽기 시작했는데, 페란테는 소설의 여러 페이지에 위와 비슷한 이야기를 자주 한다. 그간 읽어왔던 글들이, 문장들이, 작가들이 글을 쓰는 작가의 '자아' 안에서 섞이고 섞여야 글이란 것이 나올 수 있다고. 그렇기에 하늘에서 뚝 떨어진 작가란 존재할 수 없고, 그런 글 또한 있을 수 없다고.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듯 책에서 페란테는 그간 읽어왔던 책들이 그녀의 소설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쳤는지 말한다. 이제 더는 소설을 쓰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하던 순간에 우연히 만난 어떤 책이 다음 책의 구상을 도와주고, 그렇게 해서 쓴 책이 전 세계 50개국에서 1,500만 권이 팔린 이야기는 넘나 멋지다. 실상 우리 삶은 계획과 의도 안에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우연한 만남, 충돌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새기게 해주기도 한다.
암튼, 위의 문장은, 왜 작가에게 독서가 중요한지를 말해준다. 다독가가 아닌 작가는 존재할 수 없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물론 세상엔 책을 별로 읽지 않고도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있지만, 난 그런 사람이 쓴 글을 좋아하지 않는다. 읽는 중에 알게 된 것들이 무수히 내면에 쌓이고 쌓여야 좋은 문장이 하나 나온다,라고 생각하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