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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보름 Feb 15. 2023

AA

2023.2.15 수요일 

AA는 익명의 알코올중독자들(Alcoholics Anonymous)이란 뜻으로 미국 단체이다. 

알코올중독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돕는 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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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AA를 모를 수가 없을 것 같다. 알코올중독자들이 둥그렇게 둘러앉아 한 사람씩 이야기를 털어놓으면 나머지 사람들이 친절한 눈빛으로 고개도 끄덕여주고 말도 얹는 장면, 한 번 정도는 봤을 것 같은데. 최근에 다시 보려다가 초반만 조금 본 영화 <빅쇼트>에서도 스티브 카렐이 AA에 참가했다가 깽판을 치고 나오기도 한다.


AA에 둥그렇게 모인 사람들이 주고받는 대화를 보면 조금 유치하기도, 웃기기도 한 게 있었다. 누가 이야기를 하든 그 사람의 이야기가 다 끝나면 사람들이 "잘했어요, 제임스.", "축하해요, 제임스.", "하느님이 도우실 거예요, 제임스.", "자랑스럽습니다, 제임스." 등등 뻔한 칭찬을 너무나 남발하는 모습. 뭘 저렇게까지, 하는 생각을 했더랬다. 


그런데 어제 알코올중독에 걸렸던 작가들에 대한 책을 읽는데 저자가 직접 AA를 찾아가 그들을 관찰하다가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 뭘 저렇게까지, 뻔한 칭찬을... 


한 잘생긴 남자가 이야기를 시작한다. 청소년 시절에 자살 시도를 했으나 실패했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해 술을 끊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그는 동성애 애인이 자살을 했을 때도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했다. 그가 이야기를 끝내자 역시나 사람들이 한 마디씩 칭찬의 말을 건네는데. 


그 후 저자가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었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 중엔 무려 20년 가까이 금주를 한 사람도 있다는 걸. 십 대 후반 아들에게 단 한 번도 술 마시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조금 의아했다. 그런데 왜 여기에 앉아있을까. 


그리고 저자와 비슷한 깨달음을 얻었다. 자기 자신도 여전히 극복 중인 이유도 있겠지만, 그들은 자신의 이야기가 고통스럽게 금주를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앉아 있는 것이라고. 술을 끊는 게 얼마나 힘이 든지 알기에 타인을 돕기 위해 자신의 시간을 기꺼이 쓰고 있는 것이라고. 나를 봐요, 나도 해냈잖아요, 내가 할 수 있다면 당신도 할 수 있는 거예요, 힘을 내요. 그들의 이 친절한 마음을 깨닫고 나니 지금껏 영화에서 봤던 장면들이 다르게 해석되었다. 


알코올중독으로 삶이 무너진 한 사람이 AA 문을 두드리고, 그가 처음으로 자신의 지난했던 중독 역사를 사람들 앞에 털어놓는다. 망설이면서, 어색해하면서, 부끄러워하면서, 죽고 싶다는 기분을 느끼면서, 숨을 곳을 찾으면서, 자신이 망쳐버린 누군가의 인생을 떠올리면서, 울면서, 불안해하면서, 마른세수를 하면서. 그런 그를 금주를 한 지 20년쯤 된 선배들이 미소를 지으며 바라봐주고, 그가 이야기를 끝내면 모두 한 마디씩 건네며 그를 칭찬한다. "잘했어요, 제임스.", "축하해요, 제임스.", "하느님이 도우실 거예요, 제임스.", "자랑스럽습니다, 제임스."


이 별 것 아닌 칭찬의 말이 그의 내면에서 자부심의 이름으로 서서히 차오르는 상상. 한 사람이 다시 일어서는 상상. 언제 해도 뿌듯하고 벅차오르는 이런 상상을 어젯밤에 했는데 오늘도 떠올라 글로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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